흙 한 줌에 담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에 서서 나는 과연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묻고 싶어졌다

흙 한 줌에 담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에 서서 나는 과연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묻고 싶어졌다

어릴 적, 나는 풀밭에서 놀기를 좋아했다. 그때의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나의 작은 놀이터처럼 느껴졌다. 나무도, 꽃도, 심지어 흙도 모두 친숙한 친구처럼 다가왔고, 나는 그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냈다. 흙 한 줌을 손에 쥐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작은 생명들을 찾아보며 기뻐했다. 어린 마음에는 그런 순간들이 마치 인생의 비밀을 풀어가는 듯한 신비함으로 다가왔다. 그때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흙 한 줌이 그렇게 소중하고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나는 자연을 떠나 도시의 생활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바쁜 일상에 치여 흙을 만질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고, 그 대신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화면 속에서만 세상과 소통하는 듯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는 오히려 자연과의 연결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 속에서 나는 진정한 의미의 여유와 여백을 찾을 수 없었다. 나의 마음속에도 무언가 빈 공간이 생겨가는 듯했고, 그 빈 공간을 채우려 애썼다. 하지만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오랜만에 자연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더 이상 나는 어린 시절처럼 흙을 손에 쥐고 기뻐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그저 걸음에 집중하며 차분히 산책을 시작했다. 나무들의 울창한 그늘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들. 그 모든 것들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나를 반겨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런 풍경 속에서, 나는 문득 어린 시절의 내가 흙을 쥐고 놀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그때 왜 그렇게 흙을 소중하게 여겼을까? 왜 흙 한 줌이 그렇게도 나에게 특별했던 걸까?

그때 나는 깨달았다. 어릴 적, 나는 흙을 통해 세상의 기본적인 순환을 배웠던 것이다. 흙은 결국 생명의 시작이자 끝이다. 작은 씨앗이 흙 속에서 자라 나무가 되고, 그 나무는 다시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이런 순환은 단지 자연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복된다. 우리는 어릴 적, 혹은 어떤 특별한 순간에 흙을 통해 삶의 기본적인 의미를 느끼게 된다. 흙 속에서 자라는 모든 생명들이 서로 의존하고 이어지듯, 인간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세상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되새기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무한히 넓고, 그 속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가 그저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에도, 세상은 그 속에서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흐름 속에 함께 있다는 것. 어쩌면 그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가끔씩 자연 속에서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그 여유와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어릴 적, 흙 속에서 내가 발견한 작은 생명들은 결국 나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나는 그때, 흙이 주는 소중함을 깨닫고 그것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웠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처럼 흙을 쥐고 놀지는 않지만, 그 소중한 가르침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나는 때때로 나무들이 푸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그 속에 담긴 삶의 순환을 떠올린다. 흙은 이제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삶의 태도를 상기시켜주는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삶 속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걸까? 바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흙 한 줌 속에 담긴 소중한 교훈은 결국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물음표가 된다. 어린 시절, 나는 무심코 흙 속에서 그 답을 찾았던 것이다. 지금의 나도, 다시 한 번 그 답을 찾기 위해 바람이 부는 언덕에 서서, 세상이 주는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