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삶은 평생 동안 지나온 길 위의 작은 흔적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한 사람의 삶은 평생 동안 지나온 길 위의 작은 흔적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살아오며 사람들은 길을 걷습니다. 처음엔 부모의 손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걸음을 시작하고, 이내 그 손을 놓고 혼자 걷는 법을 배웁니다. 길은 늘 곧게 뻗은 도로처럼 평탄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구불구불한 산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돌이 깔린 험난한 오솔길을 만나기도 합니다. 어쩌면 길이 아닌 들판에 서서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 할지 몰라 멈춰 서 있는 순간도 있겠지요.  

저는 제 삶의 길을 돌아보면,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흔적들이 가득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기억은 햇살이 비치는 바람과 함께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 시절에는 그저 오늘 하루가 다였고, 내일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계획하기보다는 순간순간 주어진 일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라게 마련이고, 저 역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야 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경쟁과 성취가 길 위를 채웠습니다. 시험지 위에 늘어선 문제들, 칠판 앞에서 외치던 선생님의 목소리, 그리고 친구들과의 치열하면서도 따뜻했던 우정들이 그때의 흔적들입니다. 그 당시에는 시험 점수가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순간들도 결국 지나간 길 위의 하나의 점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니 길의 풍경은 다시 달라졌습니다. 직장을 구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또 다른 길목들을 만났습니다. 선택과 책임, 성공과 실패, 그리고 무수한 만남과 이별이 얽히며 길은 복잡해졌습니다. 삶은 가끔 산길처럼 숨이 찰 정도로 가파르기도 하고, 때로는 모래밭처럼 발이 빠져 움직이기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길은, 어떤 모습이든 결국 내가 걸어가야 할 나만의 흔적이라는 것을.  

삶을 살아가면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특별한 인연으로 남습니다. 어떤 사람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행인처럼 기억 속에서 잊히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평생 동행자가 되어 함께 길을 걷기도 합니다. 이따금 누군가가 내 길을 지나치며 던져준 말 한마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그 말들은 때로 위로가 되고, 때로는 새로운 시도를 결심하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길을 걸으며 가장 어려운 것은, 가끔 길이 끝난 것처럼 보일 때입니다. 돌이 깔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순간, 내 앞에 서 있는 벽처럼 느껴지는 장애물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다시 한 발짝 내딛으면, 길은 다른 형태로 다시 나타납니다. 어쩌면 그 벽을 돌아가는 우회로가 있을 수도 있고, 벽 위로 오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하나의 길일지 모릅니다.  

삶은 이렇게 끝없이 걸어가야 하는 여정입니다. 길 위에서 남기는 흔적들은 누군가에게는 영감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내가 살아왔던 시간을 보여주는 기록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제 삶의 길은 지금도 걸어가는 중이고, 먼 미래에 이 길의 끝에서 지금의 저는 어떤 흔적으로 기억될지 모릅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들과 사람들, 그리고 그 순간들. 그것들이 모두 모여 나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지금도 여전히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어떤 길이든, 어떤 흔적이든, 그것은 오로지 나만이 남길 수 있는 것이기에 소중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오늘도 한 걸음 내디딜 준비를 합니다. 길은, 저 앞 어딘가에 기다리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