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던 길은 먼 곳에 있었고, 결국 나의 발걸음은 그곳을 향해 닿았다
내가 꿈꾸던 길은 먼 곳에 있었고, 결국 나의 발걸음은 그곳을 향해 닿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길을 걷는 걸 좋아했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아도,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걸을 때마다 마음은 가벼워졌다. 동네 뒷산으로 이어진 오솔길, 가로수 아래 깔린 노란 은행잎들, 도시의 바쁜 소음 속에서 느껴지는 낯선 풍경까지. 길은 언제나 나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선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걷는 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선택이 되었다. 진로라는 길, 관계라는 길, 그리고 나 자신을 마주하는 길. 그 길들은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내게 묻고 대답하게 했다. "넌 어디로 가고 싶니?" 이 질문은 고등학교 시절 처음 나를 찾아왔다. 모두가 대학 입시라는 정해진 길을 달려가는 동안, 나는 왜 내가 그 길을 따라가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뚜렷한 꿈도, 열정도 없이 정해진 방향을 걷는다는 건 한없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오래된 서점에 들렀다. 좁은 책장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던 그곳은 마치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나는 한참을 서성이다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책을 집어 들었다. 그 책에는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걷고 싶은 길에 대해 쓴 수필들이 담겨 있었다. 그중 한 문장이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길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내 삶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은 쉽지만 행동은 어려운 법이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나는 종종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의심했다. 학점, 취업, 미래. 누구나 이야기하는 '성공'의 길이 분명히 있는데, 나는 그 길에서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부터 나는 길의 진짜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길은 반드시 직선일 필요는 없으며, 모든 길이 성공으로 향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게 중요한 건 그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들이었다.
대학 졸업 후,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이 여행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었다. 내가 걷고 싶은 길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낯선 도시의 골목길, 끝없이 이어진 산책로, 때로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숲속의 오솔길까지. 나는 수많은 길을 걸으며 그 길들 위에서 나 자신을 다시 만났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따뜻한 웃음, 해변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들었던 내 심장의 고동, 그리고 혼자 있는 순간 깨달았던 내 마음속 깊은 소리. 모든 순간이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비로소 나는 내가 꿈꾸던 길의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길은 그저 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길이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나의 길이었다. 그 길의 끝이 무엇이든, 나는 그 모든 경험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줄 것임을 믿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있다. 때로는 방향을 잃기도 하고, 가던 길이 막히기도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내가 만든 길은 언제나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길은 단지 땅 위에 그어진 선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며, 나를 이루는 하나의 여정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걸을 것이다. 내가 꿈꾸던 길이 닿는 그곳이 어디든,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나의 발걸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길을 걷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내 삶을 그려나가는 방식임을 나는 믿는다. 그러니 이제 당신도 물어보길 바란다. 당신이 걷고 싶은 길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 길은 당신을 어디로 데려다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