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것들 속에 숨어 있는 놀라운 이야기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것들 속에 숨어 있는 놀라운 이야기들  

어느 날 문득, 도시의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생각해본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나치는가. 출근길 버스 창문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길모퉁이 작은 가게 앞에 놓인 화분의 흔들리는 잎사귀, 그리고 하늘 위로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들.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 말도 걸지 않고, 때로는 존재 자체를 알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을 보면서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런데, 그런 지나치는 것들 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몇 년 전, 나는 작은 습관 하나를 만들었다. 그것은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길에서 만난 아주 사소한 것들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오늘은 퇴근길에 어떤 새로운 것을 보았지?"라고 스스로 묻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고 나니, 나는 점점 주변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 골목길에서 낡은 벽을 보았다. 겉보기에는 단순히 오래된 벽돌들이 층층이 쌓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벽돌 틈 사이로 작은 풀들이 자라나 있었다. 그 풀잎들은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작은 공간에서 힘차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 풀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여기에 있었을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이 벽을 지나쳤을까?" 그 순간, 벽은 단순히 벽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세월과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무심코 그것을 지나치며 사는지에 대해.  

또 다른 날에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 한 할머니를 보았다. 그녀는 작은 손수건으로 손을 문지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손수건과 주름진 얼굴, 그리고 고요한 눈빛이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나는 그녀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지 상상해 보았다. 할머니는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꿈을 꾸었으며, 어떤 슬픔을 품었을까?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묻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것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이렇듯 우리가 지나치는 것들은 말이 없다. 벽돌 틈새의 풀도, 버스 정류장의 할머니도, 거리의 고양이도, 심지어 아침에 마시는 커피 잔 안의 거품조차도. 그러나 그들은 조용히 우리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그 안에 담긴 무언가를 깨닫길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조금만 멈추어 본다면, 그리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그 모든 사소한 것들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하나의 우주가 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지금 창밖을 바라본다. 겨울이 막 시작된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있다. 거기에는 어딘가에서 날아온 새 한 마리가 가지 끝에 앉아 있다. 그 새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날아가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을 상상하며 미소를 짓는다.  

삶은 우리가 계획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정말 놀라운 순간들은 어쩌면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것들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작은 다짐을 한다. 더 천천히 걷고, 더 자주 멈추며, 더 많은 것을 보겠다고. 그 모든 것들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것들을 내 삶에 담겠다고.  

우리 모두가 그렇게 조금씩 멈추고 바라보며 살아간다면, 세상은 훨씬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우리를 연결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