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삶을 여행이라 부르는 이유는 목적지가 아닌 길 위의 순간들 때문
한낮의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에서 시작된 나의 하루는 언제나처럼 평범한 걸음으로 시작됐다. 걷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다. 어떤 이는 바쁜 발걸음으로, 어떤 이는 느긋한 여유로. 저마다의 속도로 나아가는 모습들이 마치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책을 이루는 것 같았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의 삶이란 어쩌면 이처럼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모여 만들어진 끝없는 여행과도 같지 않을까.
삶을 여행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도착지를 향해 가는 동안에 만나는 모든 것이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여행에서는 계획에 없는 작은 일이 때로는 가장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과의 대화, 길을 잃고 들어간 골목에서 발견한 아기자기한 카페, 목적지로 가는 길에 갑자기 내리는 비와 같은 일들이 그렇다. 삶도 다르지 않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만나고, 그것들이 우리를 진정한 '나'로 만들어간다.
나는 어린 시절, 목표에 집착하던 사람이었다. 높은 성적을 받아야 했고, 인정받아야 했다. 모든 것이 선명한 결과물로 나타나야만 의미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목표를 이루는 것이 삶의 전부는 아니었다. 때로는 그 과정 속에서 얻게 되는 경험과 감정들이 오히려 더 큰 가치를 지녔다. 시험 공부를 하며 친구와 밤새 나눈 대화, 실패 후 스스로를 위로하며 마셨던 한 잔의 커피, 좌절 속에서 나를 일으켜 세웠던 누군가의 한마디. 이런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형성했다.
한 번은 여행 중에 산꼭대기까지 올라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적이 있다. 그러나 중간에 다리를 다쳐 끝까지 오르지 못했다. 처음엔 좌절감이 몰려왔지만, 길을 걷던 도중 만났던 풍경과 사람들을 떠올리며 깨달았다. 정상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모든 순간은 여전히 나의 것이었다. 산허리에서 바라본 드넓은 하늘, 지나가던 나그네와 나눈 따뜻한 인사, 휴식 중에 들렸던 바람 소리까지.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삶을 여행이라 생각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것을 완전히 부정적인 실패로 보지 않게 된다. 도리어 그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과 변화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지나온 길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길 위에서 만난 크고 작은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빚어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왜 사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나에게 그 질문은 여행을 하며 "왜 이 길을 선택했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선택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때로는 단지 직감에 따라, 또는 호기심에 이끌려 길을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옳았는지의 여부는 결국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에 달려 있다. 길이 평탄했는지, 험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길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는지다.
오늘도 나는 또 다른 하루를 여행한다. 때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펼쳐지는 일들 속에서 당황하고, 때로는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나는 믿는다. 이 모든 것이 내 삶이라는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임을.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목적지가 어딘지는 몰라도, 그 끝에는 분명히 내가 찾던 무언가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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