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삶은 종종 고요한 호수 같다가도 어느 순간 거친 파도를 품은 바다처럼 변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런 변화의 속도와 크기에 매료되었다. 어린아이가 조각배를 물 위에 띄우고 밀려오는 작은 파도에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며, 저 아이는 언제쯤 더 큰 배를 만들겠다고 결심할까 상상하곤 했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파도가 거세게 몰아칠 때도 있었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내가 밀고 가야 하는 조각배가 답답할 만큼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어떤 순간들은 잊고 싶을 만큼 아팠다. 대학 입학시험에 실패했을 때, 나는 내가 더는 노력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실패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 수 없었다. 문제는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있었다. 나는 실패를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마침내 그것이 내 삶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오히려 그것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후로 나는 실패를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그것이 나의 이야기에 새로운 장을 추가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반면 어떤 순간들은 찬란하게 빛났다. 내 첫 직장에서 동료들과 밤늦게까지 머리를 맞대고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을 때, 우리는 뭔가 거대한 것을 이룬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나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우리는 홀로 살 수 없으며, 타인과의 연결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우리의 삶은 깊어진다. 사람들은 종종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치유도 그곳에서 시작된다.
때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날들이 있다. 특별한 이벤트도, 기념할 일도 없는 그날들이야말로 삶의 본질을 배우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와 대면하는 시간, 그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키운다. 나도 그랬다. 매일 아침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습관을 들였다. 처음엔 지루하기도 했지만, 점점 그 시간이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확히 알지 못했지만,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들의 삶과 비교하며 초조해진다. 그들의 화려한 성공담과 멋진 모습들은 우리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은 그들의 것이고, 우리의 삶은 우리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숲을 걷거나 하늘을 바라본다. 자연은 언제나 나에게 깨달음을 준다. 같은 나무 아래에서 비바람을 피하고, 같은 별빛 아래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쓴다. 그 모든 순간들은 나를 완성해 간다.
삶은 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얼 위해 사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고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매 순간 새롭게 쓰여진다.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매일 조금씩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간다. 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인다.
오늘도 나는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어떤 날은 빠르게, 어떤 날은 느리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내가 걸어온 길이 내게 자랑스러운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나를 풍요롭게 하고, 나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의 조각들이 나만의 온전한 그림으로 완성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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