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수많은 일들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그 순간순간의 삶을 온전히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자주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고요한 곳에서 혼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나에게는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세상과 조금은 거리를 두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혹은 세상과의 관계를 쌓아가면서 그 고요한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고, 대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다양한 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변화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상과의 접점을 늘려가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그러나 요즘 들어 나는 다시 한 번 그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얼마 전, 나는 오래간만에 혼자서 길을 걸었다. 평소라면 바쁜 일상 속에 밀려 바쁘게 움직이느라 조금도 여유가 없었지만, 그날은 마음 속으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길을 걸으면서 나는 세상의 소리들에 귀 기울여 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소리, 사람들의 걸음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 모든 소리가 오히려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내가 늘 지나쳤던 것들, 무심코 들었던 소리들이 이렇게 내 마음에 닿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 길을 걸으며 나는 문득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점을 느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너무 바쁘게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지만 그 대화 속에서 서로의 진심을 들으려는 노력은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 서로의 말 속에 담겨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진지하게 들으려고 하지 않고, 그저 표면적인 말들에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기도 한다.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서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것은 서로가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듣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마음 깊숙이 이해하려 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그 날 혼자 길을 걸으며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내 안의 생각들을 되새기고,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왜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까? 왜 그런 고요함 속에서 내가 평온함을 느끼는 걸까? 그때 깨달은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이 나에게 주는 '자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가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아무런 기대 없이 그저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시간이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순간임을 느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나의 진심을 발견하고, 내가 놓쳐왔던 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왔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시간조차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세상의 속도에 맞추어 살려고 한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거나,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려 하다 보면, 점점 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외부의 시선이나 기대에 맞춰 살기보다는, 나 자신을 알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외부의 소리가 아닌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삶을 사는 길이라는 것을 나는 그날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그저 외로움을 느끼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내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소중한 시간임을 깨달았다. 때로는 내가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의 소리도 들리고,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었다. 외부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내가 나 자신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아마도 나는 앞으로도 계속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지만, 나는 나 자신을 알고, 나를 사랑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평화를 찾고 싶다. 나를 알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보다,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삶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여유이며, 나를 성장시키는 방법임을 알게 되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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