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간,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고요한 선택의 순간에 대하여
시간은 언제나 앞으로만 흐른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시간의 거꾸로 흐름을 꿈꾸곤 한다.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고 싶거나, 다가올 미래를 앞서서 보고 싶은 욕망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에게 그런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선택지는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며칠 전, 오랜만에 한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카페 한 구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일상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점점 깊어졌다. 친구는 최근에 겪은 일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망설임을 이야기했다. 그 선택은 그의 인생에 작은 균열을 일으켰고, 그 균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갔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선택 앞에서 그렇게 흔들리고,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가?
선택이라는 것은 언제나 우리의 삶을 시험한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선택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두려워하는 이유다. 선택의 순간에 느껴지는 그 묘한 긴장감과 책임감,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 불러올지도 모를 결과에 대한 불안은 종종 우리를 망설이게 만든다.
하지만 어쩌면 선택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것일지 모른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우리의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선택을 통해 성장하고, 때로는 실수를 통해 배우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 선택의 결과가 때로는 우리를 실망시키거나 고통스럽게 할지라도, 그것 역시 우리의 삶을 이루는 중요한 한 부분이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후회라는 감정도 결국 네가 살아있다는 증거야. 만약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더 큰 문제 아닐까? 중요한 건 네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할지야. 지나간 선택은 돌이킬 수 없지만, 앞으로의 선택은 너의 손에 달려 있어." 친구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눈빛에는 조금의 고요함이 스며들어 있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그 시간은 공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가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 또한 내 인생의 어떤 선택과 마주하고 있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하다. 어쩌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하나의 선택일 것이다. 내가 이 시간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놓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후회하지 않으리라 마음먹는다.
결국, 선택이란 삶을 직면하는 용기다. 그것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일이며,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우리를 지금의 우리로 만든다. 다음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때, 나는 조금 더 담담하게, 그러나 진지하게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지만, 선택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다. 그 선택을 통해 우리는 삶을 새롭게 써내려갈 수 있다. 이는 단지 하루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삶이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우리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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